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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는 이 대표의 선의를 믿는다. 이 대표는 연대와 통합이 트레이드 마크다. 작년 9월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하루가 급하다"며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연대이고, 공정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 때 이 대표는 '우분투'를 말했다. 어느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아이들을 상대로 달리기 시합을 시켰다. 1등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음식을 다 차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모두 1등으로 들어와 음식을 나눠먹었다.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분투'를 외쳤다. 남아프리카 반투족 말로 '네가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연대와 협력을 상징하는 말로 우분투를 꼽았다. 그런데 어쩐지 우분투에선 낭만적인 냄새가 난다.
불행하게도 우분투는 경쟁이 일상화한 시장경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아프리카의 너른 초원에서만 빛을 낸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살아남는다. 그러자면 남을 눌러야 한다. 물론 돈을 벌면 자본가 지갑부터 두둑해진다. 그렇다고 이익이 다 자본가 몫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수천명, 수만명 주주들도 더 많은 배당을 원하고 주가가 오르기를 바란다. 종업원들은 임금 인상과 보너스를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고용도 창출하고 세금도 낸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는 ESG 경영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것은 사실이다. 공동체를 두루 생각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큰 관심을 모으는 것도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근본 존재이유가 이윤 추구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돈을 벌지 못해 회사가 망하면 ESG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도 다 소용없다.
팔을 비틀어 잠깐 기업에 기부를 강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우회하는 일회성 기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박근혜정부에서 벌어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는 반면교사다. 정치권은 늘 자발적 협조라고 말한다. 그러나 을로 살아가는 기업은 생각이 다르다. 정치권은 협조라고 쓰지만 기업은 강요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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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팔을 비틀어 억지로 공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자본가가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른다. 그럼 대안은 뭔가. 국민적 동의를 거쳐 강제력을 제도화하는 거다. 스웨덴 사민당은 대공황 직후부터 1974년까지 40여년에 걸친 장기집권했다. 이때 스웨덴식 고부담·고복지 체계를 정비했다. 페르 알빈 한손 총리(재임 1932~1946)는 국민의집(Folkhemmet)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식구끼리는 못났든 잘났든 서로 돌보며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스웨덴은 좋은 집과 같은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책을 후임자들이 이었다.
스웨덴은 얀테의 규범이 통하는 사회다. 이 규범은 모두 열가지가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뻐기지 말라는 거다. 남들보다 잘났다고 우쭐대는 순간 손가락질을 받기 십상이다. 사민당이 국민의집을 지을 때 이 규범이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돈이다. 능력이 천차만별인 이들이 어울려 살려면 돈이 든다. 스웨덴 정부는 시장에 자율을 보장했다. 대신 세금을 세게 매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은 2017년 44%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은 약 27%다. 국민부담률은 세금에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합친 금액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한 수치다. 스웨덴식 복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돈을 맘껏 벌어라, 대신 국민의 집 관리비도 팍팍 내라.
법적 구속력에 기반한 보편적 증세는 지속가능한 복지를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다. 하지만 증세는 정치 생명을 건 모험이다. 그래서 어떤 정치인도 감히 증세 카드를 내놓지 못한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고육책으로 내놓은 게 이익공유제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한 이익공유제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자본가와 기업은 자기가 번 돈에 누군가 함부로 손을 대면 경기를 일으키게 돼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일찍이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사람은 자기 소유물을 빼앗겼을 때보다 부모가 죽은 쪽을 더 빨리 잊는 법이다.” 재산 빼앗긴 건 죽어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변덕에 의존하는 이익공유제의 수명은 정권 임기와 일치할 공산이 크다.
http://naver.me/5h39egqr
먼저, 나는 이 대표의 선의를 믿는다. 이 대표는 연대와 통합이 트레이드 마크다. 작년 9월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하루가 급하다"며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연대이고, 공정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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