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양부모 '살인죄' 적용될까…과거 사례 살펴보니
기소장에 살인죄 적용 안 된 이유
검찰은 지난 12월 양모인 장모 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인죄는 포함하지 않았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범인이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사망에 이를만한 위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사망한 정인이는 두개골과 갈비뼈가 여러 곳 부러졌고 몸 안쪽 깊숙한 곳 췌장도 파열돼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사망 원인은 '등 쪽을 강하게 맞아 생긴 장기 손상'.
장 씨는 조사에서 아이를 들고 있다가 떨어뜨려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상(알 수 없음)의 방법'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다만 검찰은 이후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지난 달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숨진 정인 양의 사망 원인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정인이 몸에 난 상처를 재감정해서 살인의 고의를 판단할 수 있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으로, 결과는 이번 주 안에 나올 예정이다.
검찰은 의뢰해둔 법의학자들의 재감정 결론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인권이사 변호사는 '고의성'이 충분이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췌장이 절단되고 파열되는 상황에 이르려면 보통의 힘을 가지고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라며 "폭행으로 췌장이 파열돼서 사망한 일반 성인 사건의 경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서 살인죄로 처벌하는 경우가 작년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 성인들을 상대로도 살인죄로 적용을 하고 있는데 한참 어리고 또 말도 못 하고 제대로 자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16개월의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이런 폭행이 살인죄가 아니라면, 이걸 단순히 과실범의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인가, 그렇게 본다"라고 덧붙였다.
살인과 아동학대 치사, 형랑 차이는?
현행법은 '고의성(법률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따라 살인죄와 치사(致死·결과적으로 사망)를 엄격히 구분해 처벌한다.
똑같이 사람을 죽게 했더라도 처음부터 죽이려는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면 '살인죄'가 된다.
반면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면 '치사죄'를 적용한다.
2014년 신설된 아동학대 특별법에 따른 아동학대치사죄 형량 자체는 낮은 편이 아니다. 아동학대치사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형별의 기준을 정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고 징역 10년형을 권고하고 있다.
반면 살인 범죄 중 '보통 동기 살인'에 대해 양형위원회는 기본형으로 10~16년, 가중될 경우 15년 이상 혹은 무기 이상의 형을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경우 최소 1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이라는 더 큰 형이 내려질 수 있다.
다른 학대 사망 사건 판결은 어땠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6년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학대로 아동이 숨진 사망 사건은 31건이었다.
이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경우는 5건에 그쳤고, 상해치사 7건, 유기치사 4건, 폭행치사 4건, 학대치사 3건으로 나타났다.
학대로 아동을 숨지게 한 보호자 등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평균 형량은 징역 7년이었다.
아동학대 범죄에서 살인죄가 적용된 최초의 사례는 2013년 있었던 '울산 계모' 사건이었다.
당시 가해자 박 씨는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 모(당시 8세) 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에게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때린 것은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얼굴에 핏기없이 창백한 상태로 변한 어린 피해자에게 더욱 가혹하게 2차 폭행까지 가한 점을 보면 폭행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 또는 예견했다"며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박 씨에게는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같은 해 일어났던 '칠곡 계모' 사건의 경우는 살인죄 적용이 되지 않았다.
가해자 임 씨는 지난 2013년 8월 의붓딸인 8살 김 모 양의 배를 수차례 때리고,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피해 아동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며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임 씨가 김 양을 때렸지만 숨지게 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봤다.
계모에게 폭행당한 김 양이 당일이 아니라 이틀 뒤 병원 후송과정에서 사망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고, 이 사건은 아이가 사망했을 때 가해자를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아동학대 특별법이 마련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살인죄 혐의가 적용된 경우는 지난 6월 천안에서 일어난 '천안 계모' 사건이다.
당시 성 모 씨는 동거남이 전처 사이에 낳은 9세 아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두다 끝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성 씨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않았다"며 그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그 결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돼 지난 9월 16일 열린 1심에서 징역 22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피고인 성 씨 측은 "살인 고의성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성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은 1월 29일 열린다.
http://www.bbc.com/korean/news-55542863
검찰은 지난 12월 양모인 장모 씨를 기소하면서 아동학대 치사와 아동 유기·방임 등 혐의를 적용했지만, 살인죄는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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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협회 인권이사 변호사는 '고의성'이 충분이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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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형별의 기준을 정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고 징역 10년형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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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살인죄가 인정된 경우는 5건에 그쳤고, 상해치사 7건, 유기치사 4건, 폭행치사 4건, 학대치사 3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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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은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보다 체중이 3배나 되는 피고인이 어린 피해자에게 약 55분 동안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옆구리 부위를 집중적으로 때린 것은 충분히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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