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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v.daum.net/v/20220802145114071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한때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던 발칸 서부 지역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다시 안보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복잡한 민족 구성으로 내전의 상흔을 안고 있는 서부 발칸 국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이 지역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한 코소보는 친러시아 노선을 걷고 있는 세르비아가 러시아를 등에 업고 이 지역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을 경계한다.
특히 지난 4월 세르비아 대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세르비아와 국경을 맞댄 코소보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가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다.
비오사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최근 서방 언론과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발칸 서부 지역이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오스마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유럽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 목표 중 하나는 발칸 서부로 예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발칸 서부 지역에 '파괴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러시아가 코소보, 보스니아는 물론,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몬테네그로까지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의 세르비아에 대한 영향력이 지난 수년간 증가해왔다면서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세르비아가 러시아와 함께 '대담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부치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지지와 연대를 표명했다.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벨라루스를 제외하고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줄이고 있지만 세르비아에 대해서는 충분한 가스 공급을 약속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제 무기를 들여오는 등 군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르비아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민감한 코소보 문제에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알바니아계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 군경이 알바니아계 주민을 학살하는 '인종청소'의 아픔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코소보를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세르비아계 주민이 다수인 코소보 북부 지역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양국은 크고 작은 사안에서 부딪히며 대립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코소보가 자국 내 세르비아계 주민의 세르비아 국민투표 참여를 제한했다. 이에 세르비아 정부는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의 정치적, 시민적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근에는 코소보가 자국 내 세르비아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번호판으로 바꾸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해 갈등을 빚었다.
보스니아에서도 세르비아계의 분리 독립 움직임으로 정정이 불안하다.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반자치 스릅스카공화국(RS)의 지도자인 밀로라드 도디크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지원을 받아 독립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디크는 지난해 11월 RS 영토 내에서 연방 정부기관의 권한을 정지하고 독자적인 행정기관, 사법부, 군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보스니아는 보스니아계(이슬람교)와 크로아티아계(기독교)가 지배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하는 세르비아계(정교회) 스릅스카공화국으로 1국 2체제 국가를 이루고 있다.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위협에 직면한 코소보와 보스니아는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모두가 알다시피 나토에 속해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하고 나토 회원국에 코소보와 보스니아를 나토로 받아들이기 위한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코소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2월 말 나토에 가입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코소보에 미군 기지를 항구적으로 유치할 의사도 밝혔다.
오스마니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코소보의 나토 가입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보스니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 가입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다.
시페트 포지치 보스니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 지정학적인 관계가 변하고 지역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스니아의 나토 가입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스니아는 나토 가입을 위한 마지막 단계인 '동맹 행동계획'(MAP)에 참여하고 있다.